[한경·네이버 FARM] 특급호텔들이 남원으로 달려갔다… 이 하몽 명인을 만나러

입력 2017-11-09 15:37   수정 2017-11-09 15:50


올 여름 유럽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햄과 소시지를 먹은 뒤 이 증세를 호소한 환자가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열해서 먹는 일반 소시지는 문제가 없지만 발효시켜서 먹는 생햄이 E형 간염의 진원지로 지목됐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식품 안전 문제에 민감해진 상황에서 들려온 소식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럽산 햄과 소시지의 유통 중단 조치를 내리고 조사에 들어갔다.

나중에 이 사태는 6년 전 있었던 일이 잘못 전달되면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주한 EU대표부는 식약처의 유통 중단 조치가 근거 없다는 서한을 보내왔고 식약처도 조사 시작 12일만에 ‘문제 없음’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생햄은 하몽과 프로슈토, 살라미 등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다. 특급호텔 식당, 고급 레스토랑, 와인 바 등의 식자재 구매 담당자들은 12일간의 유통 중단 사태 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입 생햄을 대체할 국산 제품이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치 않은 햄은 스페인식 ‘하몽’이었다. 대중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만드는 곳을 찾기도 어려웠고 일부 업체를 만났지만 품질이 기대 이하였다. 그런 와중에 워커힐호텔, 웨스틴조선호텔 등 특급호텔 담당자들의 발길이 이어진 곳이 있었다. 전북 남원의 하몽업체 솔마당이다. 오인숙 대표(54)는 “하몽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호텔식당에서 사용해도 될 정도의 품질로 인정받은 것 자체가 기뻤다”고 말했다.

◆“뒷다리 가격을 높일 방법이 없을까”

하몽은 돼지 뒷다리로 만든다. 한국에서 뒷다리는 돼지고기 중 값이 가장 싼 부위로 알려져 있다. 기름기가 적어 구워먹을 때 고소한 맛이 덜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 대표가 하몽 제조에 나선 것은 바로 뒷다리살 가격 때문이다. 그의 남편인 박화춘 대표는 양돈회사인 다산육종을 운영하고 있다. 다산육종은 뒷다리살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앞다리살까지는 100% 구이용으로 판매했지만 뒷다리살은 그만큼 판매하지 못했다. 오 대표는 뒷다리 부위를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도쿄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를 매년 갑니다. 언젠가 한 부스에 돼지 뒷다리가 걸려있는 걸 봤어요. 약간 징그러워 보이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그 뒷다리가 있다는 것을 굉장히 자랑하더라고요. ‘뭐가 이렇게 비싸’라고 생각하면서 알아보니 그게 하몽이더라고요.”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절인 뒤 그늘에서 곰팡이가 피도록 건조 숙성시켜 만드는 생햄이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생햄으로 얇게 잘라 하몽 자체를 먹기도 하고 멜론 등 과일과 함께 먹거나 빵 사이에 끼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오 대표는 뒷다리살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생각으로 2008년 무작정 하몽 제조에 도전했다. 처음엔 소금에 절인 뒤 발효시키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다.

◆본고장 스페인 견학에서 배운 것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내에선 노하우를 배울 곳이 없었다. 하몽 제조에 무작정 뛰어든 지 1년 뒤 오 대표는 본고장인 스페인을 찾았다. 방목장에 풀어놓고 도토리를 먹여 키우는 ‘이베리코 베요타’ 등급의 돼지의 뒷다리로 만든 하몽을 최고로 친다는 것부터, 하몽을 발효시키는 적정한 온도, 더운 날에는 냉장시설에 보관해야한다는 것 등 실무적인 노하우를 익혔다.

“본고장에서 배운 것은 크게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가공을 하든 원재료가 어떤가에 따라 품질이 갈린다는 점이에요. 이베리코 베요타 등급의 돼지로 만든 하몽은 다른 것보다 가치를 몇 배 높게 쳐주더라고요. 이 부분에선 돼지고기 품질 개선을 연구하는 남편의 농장에서 가져온 돼지고기를 쓴다는 점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배운 점은 ‘똑같은 하몽은 없다’는 것이다. “하몽은 김치처럼 지역마다 만드는 방식이 달라요.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당시의 기후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죠. 스페인과 멀리 떨어진 한국의 기후와 환경에서 만들어진 하몽이 꼭 스페인과 같을 필요는 없는 거죠.”

오 대표의 말처럼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등 발효생햄 연구자들은 한국 생햄을 유럽 생햄보다 덜 짜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유럽산 생햄의 짠맛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오 대표는 견학에서 돌아와 하몽 제조시설을 새로 꾸렸다. 2억원을 투자해 15평 규모의 냉장 및 건조시설을 지었다. 뒷다리 무게가 10~14kg인 것을 선별해 2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발효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12kg짜리 뒷다리를 발효하고 건조하면 3년 후 7kg이 돼요. 뼈를 발라내면 약 3.5kg 정도 나오죠.”

◆55만원짜리 치즈맛이 나는 하몽

오 대표의 하몽에선 무슨 맛이 날까. “저희 하몽에서는 짙은 치즈 풍미가 나요. 다른 한국산 생햄이 된장의 향기를 띠는 것과 약간 다릅니다.”


다리 한 짝의 가격은 55만원. 비싼 가격일까. 오 대표는 “이 질문에 일반인들은 ‘그렇다’, 마니아들은 ‘아니다’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베헤르의 하몽은 다리 한 짝에 750만원에도 팔려요. 그걸 생각하면 아직 그렇게 비싼 건 아니죠. 물론 품질을 그 만큼까지 끌어올리는 게 먼저입니다.”

남원에 있는 솔마당 하몽 제조공장 옆에는 작은 모임 공간이 있다. 10~20명이 하몽과 함께 와인과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오 대표가 마련한 공간이다. “하몽에 관심이 많은 셰프 한 분이 남원에 내려와서 솔마당과 함께 하몽을 연구하고 있어요. 맛있는 요리를 개발해 소규모 팜파티도 열고, 지역 축제 때도 적극적으로 하몽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한번 와서 하몽 건조 과정도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남원=FARM 강진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120699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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